이복현 금감원장 퇴임 … "금융개혁 지속해 성장동력 확보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의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다. 역대 금감원장 중 최연소이자 첫 검찰 출신인 이 원장은 퇴임식에서 금융 개혁을 통한 성장동력과 생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금감원은 이세훈 수석부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에는 친명(친이재명)계 인물인 김병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성국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지금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문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하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이루는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매우 중대한 시기”라며 “지속적인 금융개혁을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기관이 업무 범위를 전통적인 영역으로 한정하고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사회는 당면한 문제에 관해 적시의 정확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며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금융개혁을 통한 성장동력과 생산성 확보 △디지털 전환 △공유와 협업 △업무의 방식, 범위의 확장 △시장 및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 등 다섯 가지를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게 된 선배들,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 준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금융 이슈를 대함에 있어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담과 불편을 느끼셨을 여러 유관기관, 금융회사나 기업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모두가 다 제 부족 탓"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팬데믹 이후 초저금리가 막을 내리고, 관대한 경제여건이 급격히 되돌려진 데 따른 부정적 여파로 2022년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레고랜드) 사태, 같은해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로 인한 시장불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와 대규모 전세사기, 태영건설 워크아웃, 위메프·티몬 판매자 미정산 사태, 홈플러스 회생신청과 MBK 논란 등 대규모 경제사건과 금융혼란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023년 말 이후 경기둔화가 심화했음에도 원화 약세와 고물가로 당국의 완화적 경제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이처럼 복합적 난관에도 우리는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관리하고 현장 최전선에서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했고, 소비자피해 구제 방안을 신속히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거시적인 경제·금융 연구를 하고 싶다며 변호사 개업 의사도 내비쳤다. 이날 퇴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은 금융 관련 연구원에서 연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는 몇 년 전에 개업신고 해둔 상태여서 절차적으로 재개업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며 "법률 상담이나 금융 이슈를 다루려면 변호사 개업은 해야 되지 않나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임기를 시작해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참석을 끝으로 퇴임했다. 이로써 이 원장은 윤증현·김종창·윤석헌 전 원장에 이어 임기를 채운 네 번째 금감원장이 됐다.

이 원장의 임기는 오는 6일까지지만 휴일인 점을 고려해 이날 퇴임한다. 당분간 이 금감원장의 직무는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대신하는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차기 금융당국 수장으로는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홍성국 전 의원과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인 김병욱 전 의원도 차기 금감원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무수석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