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어 멕시코도 '50% 관세→쿼터제' 가능성↑K-철강 관세 충격 현실로 … 5월 대미수출 16%↓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 韓, 경쟁구도서 불리李대통령, 나토 불참 … 한미 정상회담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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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제철
    미국이 영국에 이어 멕시코산 철강에도 관세 철폐 가능성을 내비치며 국내 철강업계에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25%에 이어 50%의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한 상태로, 고율 관세의 쿼터제로의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다음 주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정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나토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마지막 찬스’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멕시코와의 철강 관세 협상에서 일정 수입 한도 내에서 50% 관세를 면제하는 쿼터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주도하는 양국의 관세 협상이 합의에 근접한 상태로, 멕시코산 철강에 대해 일정 물량까지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멕시코는 캐나다, 중국에 이어 미국의 3위 철강 수입국으로, 이번 협상은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파트너와의 관계를 조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와 체결했던 관세 철폐 협정과 유사한 형태로, 이번에는 과거보다 높은 쿼터 물량이 설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한국이 2018년부터 적용받던 면세 쿼터(연간 263만톤)은 폐기됐다. 미국은 나아가 이달 4일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인상했고, 23일부터는 가전제품에까지 50%의 관세를 확대 적용하며 철강업계 부담이 심화됐다.

    미국이 멕시코와의 협상에서 관세를 철폐하고 쿼터제를 도입한다면 영국에 이어 두 번째 관세 예외 사례가 탄생하게 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8일 영국산 자동차 10만대에 대해 기존 27.5% 관세를 10%로 대폭 인하하기로 했고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50% 고율 관세는 한시적으로 면제, 쿼터(할당량) 내 수출 물량에 한해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6일 이러한 협정문에 최종 서명하면서 지난 4월 상호관세 유예 이후 첫 협정안이 체결됐다. 미국은 영국산 철강에 대해 쿼터 내 수출 물량에 한해 무관세를 적용키로 하면서, 중국산 철강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영국 내 ‘용융·주조’ 규정 준수와 공급망 보안 입증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는 미국이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영국과의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한 사례로, 우리 철강업계에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긍정적 신호로 읽혔다. 국내 철강업계도 이러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고율 관세의 쿼터제로의 완화로 무역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관세 충격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관세 협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9000만 달러)보다 16.3% 감소했다. 수출 단가는 지난해 5월 톤당 1429달러에서 올해 5월 1295달러로 9.4% 하락했다.

    올해 월별 수출 물량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수출 단가는 1~4월 t당 1500달러 안팎에서 5월 1295달러로 전월 대비 14.6% 급락했다. 이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철강업체들이 단가를 낮춰서라도 수출 물량을 유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달 4일부터 관세율이 50%로 상향된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대미 철강 수출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년부터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쿼터제 도입 등 관세 완화를 기대하며 다음 주 나토 정상회의에서 열릴 수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세협상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제철은 14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 자동차용 강판과 유정용 강관 등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영국과 멕시코 사례처럼 쿼터제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