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자금 조달 난항에 디폴트 위기한화·DL 자금 조달내부 갈등 불거져정부 대책 미흡…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가속
  • ▲ 여천NCC 여수 2사업장. ⓒ여천NCC
    ▲ 여천NCC 여수 2사업장. ⓒ여천NCC
    중국·중동발 과잉공급으로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연쇄 부도 위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994년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합해 설립된 여천NCC는 30년 넘게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결국 문 닫을 위기에 직면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오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원재료 매입대금 3100억 원을 조달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다.

    한화그룹은 DL그룹과 함께 각각 1500억 원씩 총 3000억 원을 투입하고, 주주사 지원과 산업은행 보증, 자산유동화 등을 병행해 원재료 대금을 상환하면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는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DL 측이 지원 결정을 미루면서 상황은 불투명하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후속 대책을 기다리던 중 이번 위기가 닥쳤다.

    지난 3월 두 회사가 유상증자로 2000억 원을 투입한 지 석 달 만에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DL 측은 “단순 자금 지원보다는 현금흐름 악화 원인과 자구책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그룹은 이를 의도된 워크아웃으로 보고, DL그룹과 이해욱 회장의 무책임함을 ‘모럴 해저드’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여천NCC의 2024년 말 재무상태표를 보면, 총 자산은 약 3조1000억 원, 부채는 2조3850억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331%로, 자본 대비 부채가 3배를 넘는 높은 수준이다.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약 1조6578억 원, 유동자산은 1조1571억 원에 불과해 단기 지급 능력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자본 총계는 약 7200억 원으로 아직 플러스지만, 높은 부채 부담과 현금 흐름 악화가 지속되면 자본잠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천NCC가 문을 닫으면 1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업계는 정부에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 세제 지원, 전기요금 한시 인하, 고부가·친환경 산업 육성 지원 등 근본적인 산업 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2분기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2449억 원,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90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잉 공급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석유화학 전반이 어려움을 겪어온 상황에서 여천NCC 부도 위기는 업계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