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 자금 수혈에도 … 단기차입 급증·등급 하락 압박 지속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 속 금융권 리스크 관리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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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여천NCC가 DL그룹과 한화솔루션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아 당장의 부도는 피했다. 그러나 은행권이 보유한 여천NCC 익스포저가 1조4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업황 장기 침체와 적자 누적에 더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금융권 건전성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은행권 익스포져 1.42조원 ... 자금 수혈에도 ‘불안한 장부’19일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여천NCC의 은행권 총 익스포저는 약 1조4200억원이다. 이 중 특수은행이 5727억원으로 가장 크며, 산업은행이 4255억원을 차지했다. 이어 농협은행 772억원, 수출입은행 700억원 순이다.5대 시중은행 노출액은 총 9000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 3903억원, 우리은행 1805억원, 하나은행 1626억원, 신한은행 1136억원, NH농협은행 772억원으로 집계됐다.은행권은 “주주사의 자금지원으로 당장 대손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단기차입금(9278억원) 대비 현금성 자산(777억원)의 불균형은 여전히 뚜렷한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여천NCC는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장기 침체에 빠지며 적자가 누적됐다. 지난 8월 초 부도 위기에 몰렸지만,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긴급 지원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는 일단 피했다.다만 은행권은 이미 발을 빼는 모양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여천NCC에 대한 일반 대출 잔액은 2024년 1월 2446억원 → 2025년 8월 1291억원으로 47% 감소했다. 특히 장기대출 비중은 0%까지 줄고 단기대출 중심으로 재편되며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가 뚜렷해졌다.◇단기 차입 확대 … 신용등급 강등 위험 여전주주사 자금 지원에도 유동성 불안은 여전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여천NCC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부정적’으로 제시하며 추가 하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여천NCC는 은행권 대출 축소에 따라 기업어음(CP) 발행 등 단기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에 걸쳐 1400억원 규모 CP를 찍는 등, 불과 1년 만에 2000억원 가까운 단기 자금을 조달했다.문제는 대부분 만기가 3개월 이내의 초단기물이라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에만 일반 어음 7182억원, 회사채 1438억원 만기가 도래해 상환 압박은 더 커졌다. 이자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상반기 영업손실(1566억원)의 상당 부분이 금융비용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현재 여천NCC의 신용등급은 A- 수준이지만,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350%를 넘으면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일부 회사채는 액면가 대비 30%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시장 신뢰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금융권 “충격 제한적” … 정부, 구조개편 시동금융권 안팎에서는 “노출액 규모가 은행 자산 대비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중소형 금융사의 일부 부실 노출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최정욱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여천NCC 등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관련 익스포저가 제한적이라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도 업계 구조개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주주 협의와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채권단 대응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사태는 경기민감 업종 기업여신의 구조적 위험을 다시 드러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대한 여신 한도 관리와 사전경보 체계 강화가 절실하다”며 “단기 자금에 의존하는 기업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은행권 건전성 부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