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합산 2조 이익→올해 1.3조 적자2분기 정제마진 반등에도 유가 하락, 수익성 악화정유사, 친환경 항공·선박유 중심 수익성 방어 주력
  • ▲ 충청남도 대산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바이오 디젤 공장 전경. ⓒHD현대오일뱅크
    ▲ 충청남도 대산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바이오 디젤 공장 전경. ⓒHD현대오일뱅크
    올 상반기 정유 4사가 합산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한 데다 원유 및 제품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정유사들은 하반기 여름철 항공 성수기와 추석 명절 특수 효과에 올라타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합산 매출액은 72조29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81조6123억원 대비 11.7% 줄었고, 영업손실액은 1조308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합산 2조33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점에 비춰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정유사별로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가 상반기 59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에쓰오일 3655억원, HD현대오일뱅크 2102억원, GS칼텍스 1414억원 등도 모두 적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각사별로 적게는 5000억원 이상, 많게는 1조원 이상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손실액은 391억원으로 소폭에 그쳤다. 그러나 1분기 작게나마 흑자를 냈던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가 2분기 적자로 돌아서고,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손실폭을 키우며 손실이 조단위로 불었다.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올랐는데,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정제마진 회복 효과가 상쇄된 탓이다.

    실제 올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3.1달러에 그쳤지만 2분기 들어 5~6달러대로 회복됐다. 정제마진은 제품판매가에서 원료·운영비를 차감한 가격으로,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이 1분기보다 2분기 더 올랐지만, 글로벌 관세전쟁 격화로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국제유가는 급락하며 정유사가 유탄을 맞았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 정제해 2~3개월 뒤 판매하므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래깅(lagging)효과를 본다. 래깅효과는 유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제 석유제품을 판매했을 때 거둬들이는 마진(차익)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역래깅’ 효과로 수익성이 하락하게 되며, 고유가에 사두었던 원유의 재고평가손실도 커지게 된다.

    상반기 73달러대까지 치솟기도 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하락해 60달러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산유국들의 증산 기조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기대감 등에 WTI(서부텍사스유)는 62달러, 브렌트유는 66달러 수준에 거래 중으로, 당분간 70달러 아래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의 안정적 흐름 속에 3분기 실적 반등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름 여행 성수기와 추석 연휴 특수 효과로 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항공유 제품과 바이오 선박유 수출 확대로 반등을 모색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4340만 배럴로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했다. 특히 항공유는 25.7% 급증했고 이는 역대 6월 기준 최대치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70%까지 떨어졌던 정유사 평균 가동률도 지난 6월 80%대로 회복됐다.

    정유업계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친환경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화석연료 기반 선박유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를 요구하면서 바이오선박유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AF는 화석연료 대비 탄소배출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SAF 2% 혼합사용 의무화를 시작으로 2050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SAF 세계시장 규모도 2027년 3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존 선박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한 바이오 선박연료 시장과 SA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항공유를 중심으로 친환경 전환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