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 규제로 증설 계획 제동 … 장비 도입 차질 본격화중국발 공급 확장 속도 둔화 … 글로벌 D램 시장 불확실성 완화삼성·SK, 프리미엄 메모리 중심 경쟁력 강화 … 주도권 회복 기대HBM 등 기술 개발은 지속 … 중장기 변수로 남아
-
- ▲ CXMT DDR5 제품 이미지 ⓒCXMT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증설 계획에 직접적인 제동을 걸었다. 장비 반입 지연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빠르게 늘던 중국발 D램 공급 확대 속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일단 완화되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지위가 다시 강화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가 장비·부품·기술 전반에 걸친 대중 규제를 강화하면서 CXMT의 확장 전략이 사실상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특히 선단·성숙공정 장비까지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계획했던 신규 장비 반입이 일정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CXMT는 중국 내 유일한 범용 D램 양산업체로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신규 라인 증설을 병행하면서 DDR4, DDR5 등 범용 제품 공급을 크게 늘렸고 중국 내 스마트폰·PC 제조사들과의 거래를 확대하며 한국업체들의 저가시장 점유율을 잠식해왔다.하지만 미국산 장비 도입이 본격 지연되면 생산능력 추가 확보는 어렵다는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CXMT가 계획한만큼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지 못하면 단기간 공급 확대 전략은 사실상 힘을 잃게 된다. 업계에서는 CXMT가 당초 목표했던 증설 규모의 상당 부분을 축소하거나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는 곧, 그동안 글로벌 D램 시장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혀온 '중국발 공급 확대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실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최근까지도 수요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공급 변수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저가 범용 제품을 추가로 쏟아낼 경우 가격 안정이 뒤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하지만 CXMT의 증설 속도가 주춤하면 공급 증가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만큼 가격 하방 압력이 낮아지고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프리미엄 메모리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과 SK 입장에선 HBM, DDR5, LPDDR5X 등 고성능·고부가 제품 비중이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범용 D램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수록 양사의 수익 기반은 더 안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글로벌 AI 수요 확대를 감안하면 HBM과 DDR5 중심의 시장에서 두 회사가 확보한 기술 우위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다만 CXMT가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DDR5와 LPDDR5X 등 고주파수 제품군을 공개하며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 HBM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장기적으로 중국업체가 프리미엄 시장으로 올라오려는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규제가 중국 반도체 업계의 성장 속도를 늦출 뿐 기술 개발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는 의미다.당장은 CXMT의 증설에 차질이 빚어지는 현 상황이 글로벌 D램 시장의 부담을 일부 덜어줄 수 있지만 기술 고도화를 병행하는 중국업체들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다시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의 속도 조절이 이루어지는 국면일 뿐 경쟁 판 자체가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경고가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CXMT의 증설 지연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공급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이지만 중국은 내수 중심과 기술 국산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경쟁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며 "한국업체들은 프리미엄 메모리 중심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