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활용, 공정 내 바인더의 섬유화 원리 규명친환경·고성능 배터리 최적 설계 기술 개발 … 공정 단축·비용 절감 기대가천대 최정현 교수팀과 공동 연구 진행재료공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머터리얼즈'에 게재
  • ▲ 공동 연구팀. 왼쪽부터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석사과정 강준혁 학생,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석박통합과정 정우진 학생, 아주대 조성범 교수, 가천대 최정현 교수.ⓒ아주대
    ▲ 공동 연구팀. 왼쪽부터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석사과정 강준혁 학생,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석박통합과정 정우진 학생, 아주대 조성범 교수, 가천대 최정현 교수.ⓒ아주대
    아주대학교는 첨단신소재공학과 조성범 교수 연구팀이 가천대 화공생명공학과 최정현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인공지능(AI)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 제조 기술인 건식 전극 공정의 핵심 난제를 해결하고, 최적의 공정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위해 필요한 고효율의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제조 시 가장 먼저 진행되는 전극 공정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배터리 공정의 핵심 단계로, 현재 대부분 제조사는 용매를 사용하는 습식 공정(Wet Electrode Process)을 적용한다. 산업계와 학계는 이를 대체할 차세대 공정으로 건식 공정(Dry Electrode Process)을 연구해 왔다. 건식 전극 공정은 습식 공정에 쓰이는 유해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건조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시설 투자와 운영 비용·시간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성능 측면에서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려면 전극을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도 건식 공정이 유리하다.

    공동 연구팀은 건식 전극 공정의 상용화를 위해 난제로 남아 있는 건식 전극 공정 내 바인더의 섬유화 메커니즘 규명에 나섰다.

    건식 공정에선 용매 없이 고체 파우더와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바인더를 섞어 전극을 만드는데, 이때 PTFE가 거미줄처럼 늘어나 입자들을 잡아주는 섬유화 과정이 전극의 품질을 결정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미세한 PTFE 섬유화가 공정 장비의 전단력과 내부 입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경험적 방식에 의존해야 했다.
  • ▲ 입자 크기에 따른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변형 거동 분석 및 실험적 검증 관련 논문 이미지.ⓒ아주대
    ▲ 입자 크기에 따른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변형 거동 분석 및 실험적 검증 관련 논문 이미지.ⓒ아주대
    연구팀은 미시적 입자 거동(마이크로 스케일)부터 거시적 공정 장비(매크로 스케일)까지 아우르는 수치해석 기반의 멀티 스케일 유한요소해석(FEM) 시뮬레이션과 AI 기법을 접목해 건식 전극 공정 내 바인더의 섬유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AI를 활용해 가상의 실험 공간(FEM)에서 수백 가지 이상의 입자 크기와 공정 조건 조합을 검토했다. 한정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나머지 미지의 조건들까지 정밀하게 예측하고, 그중 성능이 극대화되는 최적의 해답을 확률적으로 추적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입자 크기에 따라 PTFE에 전달되는 응력의 크기와 분포가 달라진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입자별로 최적의 응력 전달이 일어나도록 AI를 이용해 공정 조건을 설계했다. 일일이 실험할 경우 수년이 걸릴 방대한 경우의 수를 단시간에 분석해 각 입자 크기에 맞는 최적의 공정 조건을 도출해 냈다.

    그 결과 단일 크기 입자보다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와 5㎛ 입자를 혼합한 이중 입자(Bimodal) 조합일 때 입자 사이의 빈 공간이 채워지며 PTFE 바인더의 섬유화가 가장 완벽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해당 입자 크기에 최적의 응력을 전달하기 위한 장비와 공정 조건도 찾아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실제 리튬인산철 양극 소재에 적용해 10mAh/㎠의 고용량과 280㎛ 두께의 건식 전극을 균열 없이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전극은 50회 이상의 충·방전 시험에서 99% 이상의 높은 효율을 유지하며 기계적 안정성과 전기화학적 성능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는 기존 습식 전극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이다.

    아주대 조성범 교수는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선 에너지 고밀도의 배터리 제조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 건식 배터리 공정의 한계를 넘어 AI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재와 공정을 역설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차세대 건식 전극 공정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논문은 재료공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머터리얼즈(Communications Materials)' 12월호에 게재됐다.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석사과정 강준혁 학생과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석박통합과정 정우진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국가R&D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 선구자상.ⓒ아주대
    ▲ 선구자상.ⓒ아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