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워싱턴 집결 … 美 정재계 네트워크 구축실적발표 앞두고 출국 눈길 … '마지막 기회' 절박 담겨'관세 폭탄' 러트닉 상무장관 명단에 … 회동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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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미국 워싱턴DC에 집결했다. 표면상으로는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 참석이 목적이지만, 글로벌 빅테크·반도체 고객사와 미 행정부 핵심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실적 이후를 겨냥한 네트워크 행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관세 압박의 중심에 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초청 명단에 포함되면서 삼성의 기술 경쟁력과 외교·통상 전략이 교차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이 회장은 26일 서울김포항공비즈니스센터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 참석이 목적이다.이 회장은 행사에서 직접 환영사를 맡아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문화보국' 정신을 강조할 예정이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총수 일가와 함께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최주선 삼성SDI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동행했다.그러나 재계의 시선은 행사 참석자 명단에 쏠려 있다. 이번 갈라 행사 초청 명단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메모리 기업은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정조준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포고문을 통해 생산국과의 관세 협상 가능성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삼성 총수와 미 통상 정책의 핵심 인사가 같은 공간에 서는 장면 자체가 상징성을 갖는다는 평가다.러트닉 장관은 이미 한국 기업들과 여러 차례 접점을 가져왔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비즈니스포럼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을 직접 만나 미국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행사 역시 공식 회동 여부와 관계없이 반도체·투자·관세를 둘러싼 메시지가 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으로서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기술 주도권을 동시에 설명해야 하는 자리다.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는 북미에서 40여년 만에 열리는 최대 규모의 한국 고미술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실제로는 미국 정·재계 인사 100여명과 삼성 경영진, 북미 주요 고객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네트워크 행사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코닝 등 삼성과 거래 관계가 깊은 기업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고, 전시 관람 이후 만찬과 네트워킹이 예정돼 있다. 문화 행사를 매개로 통상·비즈니스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이 같은 미국행은 29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통상 실적 발표 전후에는 경영진이 국내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총수와 사장단이 동시에 미국을 찾았다. 단기 실적보다 실적 이후의 경영 환경, 특히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을 우선순위에 둔 행보로 읽힌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삼성의 대응 카드 중 핵심은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인 HBM4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루빈', AMD 'MI450' 등 차세대 AI 반도체에 탑재될 HBM4는 초당 11.7Gb의 전송 속도를 구현해 업계 요구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4나노 로직 다이와 6세대 D램을 적용한 고사양 설계로 자체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수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다.메모리 가격 반등과 HBM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실적 전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24만원으로 상향하며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을 각각 162조원, 183조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HBM4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메모리 경쟁력이 향후 미국 빅테크 고객사와의 협상력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재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워싱턴 행보는 문화 행사를 빌린 외교 무대이자 러트닉 상무장관으로 상징 되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삼성의 입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기술 주도권과 고객 신뢰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행보로 읽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