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릴레이 토론했지만 결국 '확답' 못내
-
국민은행이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이는 한시적이나마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는 상황이다. 전산 시스템을 둘러싼 논쟁의 결론은 결국 금감원의 결정에 좌우될 전망이다.
◇ 날짜 넘겨가며 회의했건만… 결론은 '다음 기회에'국민은행은 31일 0시 40분 경 '전산시스템 교체를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30일 오후 6시에 시작하기로 예정된 이사회는 2시간 늦은 8시에 시작돼, 약 4시간 반 만에 마무리됐다.김중웅 국민은행 의사회 의장은 "유닉스 기종 전환 절차 진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며 "이는 이사회가 경영협의회 의결을 존중하고 현재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오늘 결정이 번복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의장은 "결과가 나와 봐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 역시 같은 취지로 답했다. 이들은 "감사보고서의 진위에 대해 감독당국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에 대해 큰 방향이 서면 추후 결정이 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그러나 이들은 "장시간 동안 회의가 진행된 이유는 무엇인가", "법정 공방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답을 회피했다.
◇ 李 vs 林 다툼… 결국 결론은 금감원으로장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전사적 위기 상황에서도 발빠른 해결에 실패한 채 금융당국의 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두 사람은 모두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임 회장은 이 행장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30일까지 반드시 갈등 해결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장 역시 30일 열린 이사회에 앞서 "오늘 꼭 합의해야 한다"는 말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두 명 모두 이번 이사회에서 갈등 봉합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자정을 넘기도록 진행된 기나긴 회의에도 불구하고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이번 갈등은 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4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존 IBM 기반 시스템을 유닉스(Unix) 시스템으로 변경을 확정했다. 예정대로라면 이 시스템은 지난 21일까지 도입을 위한 입찰이 마감될 예정이었다.이 과정에서 이 행장과 정 감사는 감사위원회·이사회 등에 재논의를 건의했다. 기술검증 과정에서 시스템의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부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시스템 결정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두 사람의 건의는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두 사람은 즉각 금감원에 '셀프 신고'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일부에서는 "30일까지 해결 방안을 찾으라"는 이 회장의 '엄명'이 통하지 않았다는 수군거림도 나오고 있다. 이 날 갈등이 완전 봉합됐다 하더라도, 회의 종료 시간이 31일 0시를 지났기 때문에, '30일까지 해결'은 원천 불능인 상황이었다.한편 '잠정 보류'된 이번 전산시스템 사태의 결론을 좌우할 금감원 검사결과는 6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라는 것이 최수현 원장의 지시사항"이라며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