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전사적 긴축경영 돌입...톱스타 기용 TV광고도 없애고 카드 혜택도 축소

  •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정유업체들이 내부적으로는 '쪼이고' 외부적으로는 '줄이는' 긴축경영을 강화하고 나섰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영업손실 503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으며 에쓰-오일(S-OIL)도 5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또한 2분기 정유부문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4사는 그 어느때보다 강도 높은 전사적 차원의 긴축경영을 실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Think Twice(다시 한 번 생각하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Think Twice' 캠페인을 사내 방송과 포스터, 스티커 등으로 공유하며 회사의 낭비 요인을 줄이고 이익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캠페인 내용을 보면 '꼭 필요한 후원·출장·행사·회의인가?', '꼭 지금 필요한 물품·용역 구매인가?' 등 통상적인 업무를 다시 한 번 재고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PC 전원 차단, 사무실 조명 소등, 2개층 이하 계단이용, 물품 재활용 등 일상 속 다양한 절약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업무에 대한 비용절감·이익개선의 대안, 새로운 기술이나 선진 사례 벤치마킹을 통한 획기적 개선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도출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조직개편을 실시, 홍보와 대관 등 유사 업무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임원 수를 줄인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매주 구자영 부회장 주재로 SK종합화학,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자회사 대표들이 참석하는 비상경영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실적개선을 위한 비상 계획을 세우고 운영 예산 절감 방안을 논의한다. 또 출장비와 광고비, 교육비는 물론 투자 비용까지 줄이는 등 비용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개인별 조명 운용, 퇴근시 소등, 사업장 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 전환, 태양광 발전 도입 등 에너지 절약 방안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시행하면서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통합하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하는 등 기존 임원 단위 조직 및 임원 수를 각각 15% 이상 축소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에너지 효율화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지난해 충남 대산공장에 폐열회수 활용방안을 적용해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 또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코크스로 증기를 만드는 설비를 가동해 연간 수백억원의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익성 개선금액과 포상금액을 연동하고 직원에게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아이디어 제안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정유4사는 회사 내부적 차원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그치지 않고 외부적으로도 긴축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주유시 제공되던 보너스카드의 주유적립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SK에너지는 5월 1일자로 엔크린 또는 OK캐시백 로고가 있는 멤버십카드나 제휴 신용카드를 소지한 고객이 SK주유소에서 주유할 때 적립해주는 OK캐시백 포인트를 기존 ℓ당 5원에서 주유 금액의 0.1%로 변경했다. 포인트 혜택이 기존에 비해 약 60% 이상 줄어든 것이다. 

GS칼텍스는 9월 1일부터 보너스카드 주유 적립 제도를 변경해 ℓ당 5포인트(휘발유·경유)에서 2포인트로 축소하고 ℓ당 2포인트를 더 주는 모바일앱 추가 적립도 폐지한다. 맥스무비 온라인 예매 포인트 제휴, 온라인서점 알라딘 제휴, KTB투자증권 제휴카드 포인트 혜택 등 제휴서비스도 잇따라 폐지한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포인트 혜택을 축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다음달 1일부터 약관을 변경해 추가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흩어져있는 가족간 포인트를 합산해준다.

  • ▲ ⓒ에쓰-오일
    ▲ ⓒ에쓰-오일


    이와 함께 정유4사는 톱스타를 기용한 TV광고도 모두 중단했다.

    SK에너지는 박철, 박중훈, 이효리, 배용준 등 당대의 톱스타는 물론 최근에는 이광수와 이유비를 모델로 내세워 TV광고를 내보냈으나 지난 6월부터는 SK이노베이션 기업 광고만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앞으로 SK에너지보다는 SK이노베이션 브랜드를 대중에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GS칼텍스는 '아임 유어 에너지(I am your Energu)'라는 슬로건으로 축구선수 박지성 등을 모델로 내세웠으나 지난해부터는 TV 광고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CM송 '오늘은 왜 이리 잘나가는 걸까, 나는 에쓰오일 에쓰오일. 좋은 기름 이니까'로 유명한 에쓰-오일은 그 동안 김태희, 송강호, 아이유, 윤아, 김태희, 차승원, 유재석, 최민식, 김남주 등 굵직한 톱스타들과 자사의 캐릭터 브랜드 '구도일'을 주인공으로 한 TV광고를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는 새롭게 출시한 자사의 프리미엄 윤활유 제품 '세븐' 광고만을 집행하고 있다.

    전지현, 송혜교 등 미녀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1년 말부터 TV광고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름값이 한창 치솟을 당시, 정유사들은 1년 전속에 5~6억원을 넘나드는 톱스타들을 앞다퉈 내세운 럭셔리 광고 전략을 펼쳤다"면서 "그러나 최근 정유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면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정유사 광고에서 톱스타를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