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개월만에 조정…지난해 5월 0.25%포인트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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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총동원령'에 응답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 1년 3개월만에 조정된다.



    ◇ 금리 인하 명분 쌓기에 나선 한은

    한은이 지난달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의 명분은 약하다.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8%이며 내년은 4.0%다. 원래 전망치에 비해 각각 0.2%포인트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최고치)에 가까운 수준이다.

    작년 5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된 시기와 비교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높은 편이다. 작년에 한은은 연간 2.8% 성장을 전망했었다.

    그런데도 시장이 8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작년 4월에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후 5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로 화답했듯이, 이번에도 '41조원+α'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최경환 경제팀과의 정책 공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침체가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지자 한은도 서서히 금리 조정에 대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이주열 총재는 5월 "기준금리의 방향 자체를 인하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해 '인상 깜빡이'를 켰다는 해석을 낳았다가 6월에는 "내수부진이 일시적인지 통화정책 변화를 불러올 만한 큰 변화인지 지켜보고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경기 하방리스크'를 수차례 강조하고, 최경환 부총리와의 첫 회동 자리에서는 '내수 부진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경기 인식을 공유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금리 동결을 주장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성향을 드러냈다. 금통위원들이 언제든 '힘'을 쓴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정해방 금통위원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되므로 선제적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를 주장, 13개월 만에 '만장일치 금통위'를 깨뜨렸다.

    이후 한은은 앞으로 물가 경로에 하방리스크가 우세하다는 평가를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담기도 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낮으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커지는 만큼 이런 평가는 금리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시장의 기대치가 워낙 한쪽으로 쏠린 탓에 이제는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깜짝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올 지경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 수정에도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봤다가 최근 속속 견해를 바꿨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노무라가 8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소수 의견이 없진 않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경환 경제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반영해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했지만 한은이 시그널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경환 부총리, 이주열 총재가 모두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 기준금리 0.25%포인트 한차례 인하 전망 우세

    시장의 관심은 '인하냐, 동결이냐'보다는 '한 차례 인하냐, 두 차례 인하냐'에 쏠려 있다.

    현재 금리 수준이 크게 높지 않다는 점과 하반기 경제 성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 차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6월에는 광공업 생산은 기저효과 때문이기는 했지만 4∼5월의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에는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따른 내수 부양 효과 또한 기대해볼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정부 경기부양책이 성장률을 0.15%포인트 끌어올리고, 기준금리 인하·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이 0.05%포인트를 높이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3.9%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주목해야 할 요소다. 미국은 올해 10월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고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 개선으로 조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상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한은의 기준금리 운용 여지가 좁아지기 때문에 한은은 이번 달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해도 인상을 향해 다시 숨 가쁘게 움직여야 할 처지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이 낮지 않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3조원 증액이 포함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며 이번 달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