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005년 8월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에 허리케인 카트라가 폰차트레인이라는 호수의 제방을 붕괴시켜 도시 전역에 물난리가 일어난 적이 있다. 허리케인이 끝나고 난 후 집계를 해 보니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인명피해가 7950명이었다. 이 피해는 뉴올리언스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루이지애나는 물론 앨라배마, 미시시피에까지 그 피해가 확산됐다. 더군다나 멕시코만 일대에는 주요 항만시설이나 석유를 생산하고 정유하는 시설들까지 밀집돼 있어서 125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있었다. 이 피해에 대해 지급된 보험금만 무려 40~60조원이나 됐다.

    이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회사가 지급해야하는 보험금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현실적으로 한 회사가 모든 보험금을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보험회사에 가입했던 많은 소비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따라서 보험사 역시 일반 소비자들처럼 보험에 가입해서 혹시 모를 대형 사고를 대비한다.

    이처럼 보험회사의 보험을 받아주는 회사를 '재보험사'라고 한다.

    재보험사는 기업들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손해보험'의 경제적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보험회사의 경제적 위험 대비뿐 아니라 보험이라는 제도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재보험의 종류는 일반 소비자들이 가입하는 보험종류 만큼 많다. 화재나 폭발, 풍수해로 인한 손실을 책임지는 재산종합보험, 대형 사업, 건설 공사에서의 위험을 책임지는 기술보험 등이 있다. 


    또 타이타닉같은 큰 배의 침몰이나 화재, 폭발을 대상으로 한 선박보험도 있고, 항공기를 대상으로 한 항공기단보험이 있다.

    그 외에 환경변화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위험이나 동물, 하다못해 정해진 행사가 취소돼 피해를 입어도 배상해주는 특종 보험도 있다.

    재보험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지난 2001년 9.11테러 때 부터였다.

    당시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 쌍둥이 빌딩이 항공기 자살 테러로 무너져 내렸다. 5372명이 죽거나 다쳤고, 자그만치 90조원이 허공에 사라졌다. 보험회사 부담금이 무려 50조원이었다. 이로 인해 대형 재보험회사들이 파산하기도 했고, 구조조정을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재보험 시장이 많이 바뀌었다.

    덕분에 카트리나 같이 큰 피해를 거뜬히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같이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들은 이미 다양한 재보험사들이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최초 재보험회사는 1963년 3월19일에 설립된 '대한손해재보험공사'라는 공공기관이다. 이 회사는 1978년 민영화가 됐고 현재는 '코리안리재보험'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321명의 인명 피해와 5조1000억원의 피해를 남기고 사라진 태풍 루사 사건이 있었다. 이후 2003년 온 태풍 '매미'도 있었다.

    이 때는 루사로 인해 입은 피해를 보고 경각심을 가진 사람들이 보험에 많이 가입해서 보험금 지급 규모가 루사의 3배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