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공급 체계 납품비리 유발간접비 원천차단 확약서 요구사상자 발생에도 솜방망이 처벌
  • ▲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 국정감사가 열린 21일,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공단의 도넘은 갑질과 안전불감증을 질타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수현 의원은 21일 철도공단 국감에서 "국민의 발 철도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공단이 연이은 비리로 지탄을 받고 있다"며 "납품비리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원천기술 국산화 노력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철도공단의 납품비리는 '독점공급'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철도공단은 콘크리트 궤도용 레일체결장치를 영국 팬드롤사와 독일 보슬로사에서만 납품받고 있다. 팬드롤사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642억원(42%), 보슬로사는 900억원(58%)를 공급했다.

     

    이 의원은 "철도공단이 이들 업체가 독점 공급할 수 있도로 특혜를 제공한 것은 레일패드에 과도한 하자기준을 적용한 탓"이라며 "공단의 기준은 국제기준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초고압 케이블·전차선 등도 일부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동원 의원에 따르면 철도공단이 발주한 초고압케이블은 LS전선, 대한전선, 일진전기 등이 독식하고 있다. 전차선은 LS전선, 대한전선, TCT, 가온전선 등기 수주하고 있다. 조가선은 100% 수입에 의존하는 상태다.

     

    강 의원은 "철도공단에서 자재발주 시 제조업체로 등록된 업체만 한정적으로 입찰참가 자격을 부여, 신규 업체의 진입 자체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고압 케이블의 경우 항시 담합이 이뤄져 입찰 예가산출 시 제조업체간 합의에 의한 가격이 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결과적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강 의원은 "철도공단 비리는 단순개인이 아닌 조직적 비리"라며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의원 역시 철도공단이 공사기간이 늘면서 추가되는 간접비 청구를 원천차단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철도공단은 지난해 4월부터 사업비 배정부족과 각종 민원,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계약내용이 변경된 공사에 대해 '간접비 이의제기 미시행 합의서'를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간접비 등 추가 경비 발생에 대해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말란 뜻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의 횡포'다.

     

    이 의원은 "철도공단은 감사원 지적을 받은 지난해 9월 이후에도 합의서를 받아왔다"며 "이는 약자의 권리를 박탈한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철도공단의 안전불감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노근 의원은 "열차 위 전차선 감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철도공단이 안전관리를 소홀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차선 감전사고는 지하철, 무궁화, KTX, 전기기관차 등 전기차량에 전기 전원을 공급하는 2만5000볼트의 고압 전선에 접촉하거나 30~50㎝의 근거리 접근으로 인해 화상 및 사망에 이르는 사고다.

     

    사고 현황을 보면 2009년부터 올 7월까지 6년간 총 3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사망 8명 부상 26명이다. 올들어서만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이 의원은 "사고원인 대부분은 일반인이 위험지역에 접촉했기 때문"이라며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도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이라고 강조했다.

     

    이헌승 의원도 철도건설현장이 재해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이헌승 의원이 철도공단에서 제출 받은 국감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올 9월까지 5년여간 철도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10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50명이 사망하고 51명이 부상 당했다.

     

    하지만 공사현장 사고에 대한 행정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동기간 행정처분은 111건에 달했는데 이 중 공사 계약 시 불이익을 주는 등 상대적으로 처벌강도가 강한 벌점 부과는 38건에 그쳤다. 그외에는 대부분 경고, 주의 , 시정 등 가벼운 처벌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