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놓고 사퇴 요구… 임시이사회에서 입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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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오는 12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임시이사회를 연다.이 날 이사회에서는 윤종규 차기 회장 내정자의 보수와 지배 개선 태스크포스(TF) 승인 관련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KB금융 사외이사들 간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날 사외이사들이 거취를 표명할 것인지에 KB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종규 내정자 보수, 지배구조 개선 TF, 그리고…이 날 열릴 이사회에선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게 될 윤 내정자에게 어느 수준의 보수를 책정할 것인가가 논의될 예정이다.윤 내정자가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더라도 보수는 회장 보수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임영록 전 회장이 올해 상반기 5억9천만원의 보수를 받은 만큼, 윤 내정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KB 안팎에서는 전망하고 있다.KB금융 내에 지배구조 개선 TF를 조직해 운영하는 문제도 논의한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TF는 이사회 직속 기관으로 개설될 예정이며, 외부 컨설팅 회사에 관련 용역을 맡겨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는 그 결과를 보고받는다는 게 KB금융 내부의 방침이다.◇ "대놓고 말하겠다, 물러나라"… 이사진 반응은문제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TF 개설 및 운영 정도만으로 만족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당국은 사실상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현재와 같은 KB의 지배구조나 경영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6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도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국제경제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사외이사 책임론을 거론했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대놓고 요구한 셈이다.이에 따라 12일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들의 거취 표명 여부가 가장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이경재,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김영과 이사 등 6명이다.이들 이사들이 이 날 이사회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힐 경우, 당국은 한 발 물러서 LIG 손보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날 사외이사들이 별다른 거취 표명을 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미뤄지면서 LIG손보 인수는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이 경우 KB금융지주는 LIG손보 대주주 측에 인수 지연에 따른 수십억원의 보상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나아가 올해 말까지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LIG손보 측과의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이사회 내부에서는 분위기는 엇갈리고 있다.김영진 사외이사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이 되는 사안이어서 고민 중"이라며 "KB금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임 포기 가능성 등을 열어둔 셈이다.반면, 한 사외이사는 관치금융을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금융당국에서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회장을 내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며 "사외이사마저 자신들 입맛대로 앉히려는 의도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