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공모가 기준 13~36위로 데뷔할 듯


  •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미'를 장식할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이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첫 거래를 시작한다.

    증권가가 제일모직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수혜주로 낙관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상장 첫날 제일모직의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움직일지에 모아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국내 증권사는 모두 9곳으로, 이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의 평균치는 9만5333원이다.

    유진투자증권이 12만5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고, LIG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의 목표주가가 7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증권사들이 내다본 평균 목표주가(9만5333원)는 제일모직의 공모가(5만3000원)를 79.25% 웃도는 수준이다. 제일모직의 예상 시가총액 규모는 공모가 기준으로는 약 7조2000억원(1억3500만주)이다.

    전날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에 근거한다면 제일모직은 최소 36위 한화생명(전날 시총 7조1219억)을 누를 수 있고, 최고 시총 13~14위 KB금융(14조5268억)과 삼성화재(14조1888억) 자리도 넘볼 수 있다. 이날 제일모직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최고치가 12만1900원이기 때문이다.

    시초가는 상장일 오전 8∼9시에 공모가격인 5만3000원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만일 시초가가 삼성SDS 상장 당시와 마찬가지로 공모가대비 200% 오른 수준에서 형성되고, 여기에 당일 가격제한폭 15%를 적용하면 이론적으로 제일모직은 이날 최고 12만19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제일모직에 대한 증권가의 낙관과 시장의 기대는 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에 기인한다.

    제일모직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최정점에 위치해 있어 지주사 전환 시 제일모직이 지주사가 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제일모직의 지분 구조는 상장 후 이재용 부회장이 23.2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7.75%, 이건희 회장이 3.45%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42.63%에 달해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상장 이후 단기적으로는 영업가치가 목표주가 산출 근거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주 전환에 따른 삼성전자의 배당, 계열사 브랜드 로열티, 제일모직의 사업구조 개편 등이 핵심 포인트"라며 "지배구조의 핵심은 오너일가의 자비 지출을 통한 지분 확보가 아닌 계열사를 통한 지배이기 때문에 오너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삼성전자 지배가 유력하다"고 봤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은 대주주의 경영권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3세로의 경영권 이전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구조와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역할이 예상되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해 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제일모직에 대한 기대감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일각에서는 지난달 삼성SDS 상장 때와 마찬가지로 공모 직전 기대감과 달리 상장 후 주가 흐름이 부진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인한 프리미엄보다는 기업 펀더멘털(기업가치)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 굵직한 대기업들의 지주격 회사들의 상장 당시를 비교하면 제일모직에는 충분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투영돼 주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대비 주가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고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현수익 창출 능력 대비 고평가가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지주격 회사(현대글로비스와 SK C&C)의 상장시점과 비교하면 P/B가 3.0배 내외인 데 반해 ROE는 제일모직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 공모가에는 충분한 기대감이 이미 투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