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생존 위해 불가피' 사측 입장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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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이 4일 외환은행 노조가 신청한 하나-외환은행 통합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이를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면 하나금융 측은 이의신청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가 이 날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2.17 합의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하여 노사가 서로 장기간 대립해 오다가 금융위원회의 중재 아래 오랜 시간 논의와 절충을 거쳐 신중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2.17 합의서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5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독립법인으로 존속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서다. 

법원은 2.17 합의서에 구속력이 있다며 “하나금융지주는 금융환경의 구조적 변화로 국내 은행산업 전반의 실적 및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실적이 현저히 악화되는 등 2.17 합의서를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금융환경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고, 국내은행의 2014년 수익성이 2013년 대비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당장 합병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합의를 깨게 됐다는 하나금융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오는 6월 30일까지 외환은행은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의 개최 및 합병인가신청의 제출을 할 수 없게 되며, 하나금융지주는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에서의 찬성표결이 불가능해졌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 날, 법원의 가처분 결정 직후 “법과 원칙에 입각한 사법부의 용기있는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이 2.17 합의서를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 법원의 이번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합의서의 법적 효력이 사법부에 의해서 인정되고 더 나아가  합의의 효력을 실효시킬만한 사정변경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노사정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취급하며 경영권을 남용하는 행태가 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외환은행 통합 작업에 제동이 걸린 하나금융 측은 이의 신청을 비롯한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선제적인 위기대응이 없다면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경영진은 조직과 직원의 미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양행 통합을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번 가처분 결정에서는 이런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하나금융 측은 이의 신청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