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의원 "경쟁 통해, 자연스러운 시장 기능에 가격 의존해야 한다" 강조
  • ▲ 전병헌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단통법 존폐 여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심지혜 기자
    ▲ 전병헌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단통법 존폐 여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심지혜 기자

"단통법을 폐기해 단말기 지원금 및 가격경쟁에 대한 규제를 풀고, 이통사들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21일 국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주최로 열린 단통법 존폐여부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단통법은 공정거래법의 기본 취지, 즉 불공정 가격담합을 처벌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에 반대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이 교수는 최근 출시된 갤럭시S6 32GB가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미국과 비교하며 단통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2년 약정을 기준으로 3만원 대 데이터 요금을 사용하고 구형폰을 반납하면 5만3700원에 살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단통법으로 지원금을 규제해 약 66만원에서 73만원 사이의 가격을 주고 구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2배에 가까운 가격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어 이 교수는 단통법에 대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법'이라고 지적하며 단통법이 추구하는 가계통신비 절감과 호갱 방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영업이익을 포기하고 시설 투자비 모두 소비자에게 통신비로 할인해 준다 해도 지원금보다 적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이통3사 영업이익을 이용자로 나눠봐야 약 5만원 대이고 시설투자비를 이용자로 나눠도 실제 돌아오는 금액은 약 11만원 선에 그쳐 둘을 합해도 단말기 지원금을 한 번에 받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호갱을 막겠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루마다 달라지는 지원금의 차별은 없어졌어도 일주일 마다 달라지는 지원금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호갱이 발생한 이유는 기업들의 경쟁 요소인 단말기 지원금을 제한하고 그 제한선을 넘으면 불법이 되기 때문"이라며 "불량재고를 처리하고 판매 독려를 위해 장려금을 대폭 늘린 것인데 이를 막으니 기습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것이 호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통법은 산업적으로도 막대한 산업적 피해를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루면 되지만 시장 거래 축소로 발생하는 통신 판매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단통법으로 최종 판매점간의 가격 차이가 봉쇄되니 소비자들은 가깝고 서비스 많은 대리점·직영점을 찾게 되고, 결국 시장은 이를 위주로 개편돼 판매점들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단통법이 요구하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 정책은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명품 제품의 정가를 낮추면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와 연관된 가격을 한 번 내리면 올리기도 쉽지 않은데다 비중이 적은 내수 시장을 위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협상력을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이 자진해서 가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강제화하면 할인 의욕을 낮추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단통법에 따른 지원금 정책으로 비난의 도마에 올라선 이통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이익과 무관하게 차별하지 못하고 모두에게 나눠주게 됐지만 지원금 총액은 줄지 않고 욕만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기의 추가적 기능으로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을 늘려 매출액을 증가시키기 위해 스마트폰에 지원금을 주는 것인데 이를 막음으로써 이익 증가를 막아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재고 처리나 가격 경쟁을 통한 고객 확보를 위함이지만 가격 공시를 강제화하고 최소 일주일 간 유지하게 하면서 먼저 가격을 내린 이통사에게 불리해 지면서 가격을 내리고도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게 돼 결국 묵시적으로 가격 담합을 조장하게 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예외 상황이 아니고야 기업의 재고 관리와 판매가격 책정, 시장 수요 대응 및 바람직한 소비 결정은 시장이 정부보다 더 낫다"고 말하며 "단통법에 따른 정부의 단말기 지원금 규제는 경제학 이론에도 없고 외국에도 이러한 사례가 전혀 없는 희귀한 경우인 만큼 단통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김보라미 경제실천연합 변호사 역시 김 교수의 단통법 폐지 의견에 동의했다.

김 변호사는 "단말기 지원금은 원칙적으로 불법이 아니라 영업의 자유"라며 "신규 사업자 활동 방해나 부당하게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는 경우 등 경쟁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경우에만 규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 역시 "단통법은 이미 시장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법안을 밀어붙인 정부를 제외한 소비자는 물론 통신사업자, 이통사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 통신비 인하는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연스러운 시장 기능에 의존하는 가격 경쟁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