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빌 윈터스 회장, '철수 안 해' 공식 부인반기보고서, "앞으로 더 많은 조치"… 여지는 아직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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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매각설이 또 불거져 나왔다. 이번에는 어느 업체에 매각될 것인지 구체적인 인수자명까지 거론됐다.

    급기야 박종복 한국SC금융지주 회장 겸 SC은행장이 이 같은 매각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빌 윈터스(Bill Winters) 스탠타드차타드그룹 영국 본사 회장 역시 “한국 철수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다시 불거진 SC은행 매각설의 전말을 살펴봤다.

    ◇ 구조조정·계열사 매각… 계속돼 온 ‘철수설’

    SC은행 철수설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SC는 국내 350여 개 영업점 중 25% 가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탓에 당시 노동조합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SC증권이 영업 중단 후 철수하는가 하면, SC캐피탈과 SC저축은행이 일본계 제이트러스트에 매각됐다. SC은행을 제외한 SC금융지주 계열사가 모두 매각된 셈이다.

    이 같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매각설은 항상 제기됐다. SC그룹이 다른 계열사에서 모두 ‘손 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SC은행이라고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런 예측과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SC은행이 당장 한국에서 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 있는 자산을 모두 매각한 후에야 철수가 가능할 것인데, 이 같은 자산을 매각할 만한 상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에 관심이 있는 금융지주사들에게 은행은 그다지 환영받는 매물이 아니다. 은행을 끼고 있는 지주사들은 은행 위주로 편중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사 매물을 찾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KB금융이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은행을 경영하지 않는 금융지주사들도 지금 굳이 은행을 인수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경영환경이 좋지 못한데, 고비용의 은행을 인수하는 위험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 “대구은행에 팔린다더라”… 구체화 된 ‘루머’

    이런 상황인데도, SC은행 철수설은 최근 또 한 번 불거졌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인수대상자명까지 거론돼 신빙성을 더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SC은행 안팎에서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의 8월 방한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빌 윈터스 회장이 8월에 방한해 삼성그룹 또는 DGB금융(대구은행의 모회사) 고위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것이다.

    DGB금융은 경남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어 BS금융(부산은행의 모회사, 지금의 BNK금융)과 경쟁했으나 결국 고배를 든 바 있다. DGB로서는 ‘대구·경북 지역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영업 구역을 넓힐 필요가 있는 만큼, SC은행이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 계열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은 DGB금융의 최대 주주다. 빌 윈터스 회장이 방한해 삼성 또는 DGB 고위 인사와 접촉할 경우, 이 같은 매각설에 무게가 실릴 입장인 것이다.

    ◇ “철수 안 해!” CEO 직접 해명… 철수설 한동안 잠잠할 듯

    이 같은 논란과 관련, SC CEO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박종복 SC금융지주 회장 겸 SC은행장은 빌 윈터스 회장의 방한 하루 전인 지난 17일,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윈터스 회장은 18일 입국한 후, 당일 바로 출국할 것이다. 방한 목적은 회장 직에 새로 취임한 만큼, 한국의 금융당국과 임직원, 고객들에게 인사차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복 회장은 “하루 일정이기 때문에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도 빠듯할 것”이라며 은행 안팎에 떠도는 소문들을 일축했다.

    18일 입국한 빌 윈터스 회장 역시 “SC은행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인 만큼 철수할 계획이 없다”며 “한국은 경제가 탄탄하고 우수한 고객이 많다. 앞으로도 한국에서의 사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SC은행은 올 상반기 111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013년 상반기 이후 처음 흑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윈터스 회장의 이번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SC은행 철수설은 한동안 잠잠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SC그룹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반기보고서에서 “한국에서는 이미 저축은행과 캐피탈, 주식 영업 부문을 매각했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