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영향 마진 확대로 호실적 지속공급과잉 사업 재편 및 고부가 전환 '속도'글로벌 무역장벽 강화 움직임 예의주시


올 한해 정유·화학업계는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지난해부터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2년 연속 호실적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실탄을 마련한 업계는 미래 신사업 투자에 뛰어들었고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하지만 글로벌 국가들의 자국 사업 경쟁력 강화 움직임으로 무역장벽은 한층 높아지며 경영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올해 화학업계의 이슈를 돌아본다.

◆국제유가 12년 만에 최저 수준 폭락

올초 국제유가는 12년 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20달러선까지 폭락했다.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및 글로벌 경제 둔화로 2015년 중반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세가 지속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공급과잉 상황이 유지되면서 저유가 상황이 지속됐다.

이후 산유국 생산 동결 논의 및 생산 차질이 빚어지며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원유 공급 영향으로 배럴당 50 달러선까지 상승했다.

◆정유사, 저유가 영향 '호실적'…영업익 7조 넘을 듯

정유 4사의 연간 누적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7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3분기까지 정유사의 영업이익(EBIT)은 전년동기 대비 1조5000억원 증가한 5조6000억원을 나타냈다. 사업 부문별로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을, 비 정유부문에서 2조5000억원을 거둬들였다.  

정제마진이 전년 동기 대비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상승한 유가와 판매물량 증가로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또한 비정유부문에서도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와 화학제품 및 윤활기유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효과로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원유 수입처 다변화 '속도'

국내 정유사들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유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냈다. 미국의 원유 금수조치 및 이란의 경제재제 해제 이후 이들 국가의 원유 도입에 적극 나선 것.

대표적으로 GS칼텍스는 지난달 국내 정유사로는 최초로 미국산 원유를 국내에 들여왔다.

이번에 들여온 원유는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Eagle Ford) 지역에서 생산되는 셰일오일(Shale Oil) 중 하나로 저유황 경질원유(API 45~56)로 분류된다.

이란산 원요 도입량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전체 원유 도입량 중 이란산 비중은 지난 1월 8%에서 9월에는 13%로 5%포인트 정도 확대됐다. 
 
정유사 중 SK인천석유화학, 한화토탈, 현대케미칼 등이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사용하는 만큼 수입 확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OPEC, 8년만에 감산 합의…유가 반등

석유수출국기구(0PEC)는 지난달 8년만에 하루 최대 생산량을 120만배럴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각국별로 사우디아라비아 일일 48만6000배럴, 이라크 21만배럴, UAE 13만9000배럴, 쿠웨이트 13만1000배럴 등이다.

이번 합의는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적용되며 내년 5월 6개월 연장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저유가 지속에 따른 OPEC 회원국들의 재정 악화 심화가 OPEC 생산 정책 변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석유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제 유가는 평균 배럴당 55~60 달러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화학업계, 원샷법 활용 사업재편 '시동'

화학업계는 지난 8월 시행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활용해 사업재편에 나섰다.

원샷법은 과잉공급 업종의 신속한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해 시행됐으며, 8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기업 합병 기준 완화 등으로 기업들의 신청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화케미칼과 유니드는 가성소다 제조공장 매각과 관련한 사업재편계획을 신청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았다.

한화케미칼이 울산 가성소다 제조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하고 유니드는 이를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가성소다의 공급과잉 생산량 20만t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LG화학 역시 기활법 승인을 받고 여수 공장의 PS설비를 ABS 생산설비로 전환 중이다. 

이와 함께 공급과잉 사업으로 지목된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업계 역시 사업재편을 위한 인수합병이나 설비 폐쇄, 해외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

◆LG·SK종합화학, 범용제품서 고부가제품 전환 '속도'

LG화학과 SK종합화학이 기존 범용제품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메탈로센계 촉매'를 적용해 생산하는 '엘라스토머'다.

엘라스토머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로 자동차용 범퍼 소재, 신발의 충격 흡수층, 기능성 필름, 전선케이블 피복재 등에 사용된다.  

LG화학은 오는 2018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4000억원을 투자해 총 20만t 규모의 엘라스토머 공장을 증설한다.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량은 현재 약 9만t에서 29만t으로 확대돼 다우케미칼, 엑슨모빌에 이어 글로벌 탑3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SK종합화학은 사빅과 손잡고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SK종합화학은 지난해부터 울산에서 넥슬렌 1공장을 가동 한데 이어 내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넥슬렌 2공장 착공을 검토 중이다. SK종합화학은 2020년까지 연산 100만t 규모의 생산량을 보유한다는 목표다. 

◆中 배터리 업체 보호에 화학업계 '비상'

국내 화학업계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야심차게 출발한 배터리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LG화학과 삼성SDI가 세계 최대 수요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거점을 마련했지만 정부 규제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전기버스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10월 각각 시안과 난징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했지만 규제에 발목잡히며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5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이 지연된데다 기존보다 40배 이상 강화된 8GWh 배터리 생산 능력을 중국 정부가 요구하며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다름 없는 상태다. 

이는 자국 업체 육성을 위한 것으로 중국내 사업을 위해서는 협업을 하는 방법과 기술을 전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화학업계, 합작 통해 경쟁력 'UP'

올해 화학업계는 합작을 통해 신사업에 적극 나섰다. 이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경쟁력은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6대4로 합작해 설립한 '현대케미칼'의 혼합자일렌(Mixed Xylene, MX)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현대케미칼에서 생산하는 MX는 현대오일뱅크 자회사인 현대코스모와 롯데케미칼에 공급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OCI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카본블랙 공장을 건설중이며 코오롱은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합작사를 설립하고 POM(폴리옥시메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외 변수에 해외 사업 잇단 '무산'

화학업계가 해외에서 추진한 사업들이 잇따라 무산됐다. 업종 특성상 원료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SK종합화학은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 손잡고 추진한 부탄디올 합작사업을 중단했다.

SK종합화학은 지난 2013년 2월 시노펙과 함께 충칭에 총 38억RMB(한화 6800억원)을 50대50 비율로 투자해 연산 20만t 규모의 부탄디올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며 시노펙이 사업중단을 요청하며 결국 철회됐다.

롯데케미칼도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미국에서 에틸렌글리콜 생산사업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중단돼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LG화학도 올해 초 폴리에틸렌 공장 건설 사업을 중단했다.

◆국내 화학제품 무역장벽에 '몸살'

국내산 화학제품들은 주요 수출국가의 반덤핑 규제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중국이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한 한국에 대해 무역 보복까지 이뤄지며 국내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국내 화학제품에 대한 글로벌 시장 무역규제 건수는 조사 중인 12건을 포함해 총 48건에 달했다.

인도의 경우 한국산 화학제품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와 PTA(고순도테레프탈산)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나선 상태다.

중국 정부도 최근 태양광 원료인 폴리실리콘에 대해 한국산 제품의 반덤핑 조사를 실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