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첩 내용 '삼성-청와대' 대가관계 입증 결정적 증거 주장""변호인단, 증언 및 기재 내용 신빙성 문제…자의적 해석일 뿐"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신문을 앞두고 일명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내용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검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가관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단은 내용의 객관적 파악이 어려워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5차 공판이 4일 서울중앙지법 510호 소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공판에는 안종범 전 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뇌물사건 관련된 증언을 내놓을 전망이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로 현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이 ▲삼성그룹 특혜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 ▲승마관련 지원 등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정부부처와 대기업에 전달·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을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입증할 증거로 안 전 수석이 기록한 수첩을 제시했다.

    안 전 수석이 경제수석이 된 지 이틀 후인 2014년 6월 14일부터 시작되는 수첩은 지난해 11월까지 총 63권이 기록됐다. 수첩에 삼성이 등장하는 건 2015년 7월 5일부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연일 언론에 보도됐던 시점이다. 수첩에는 'VIP / 자본유출 M&A'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엘리엇을 자본유출로 판단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7월 10일에는 '엘리엇 / 순환출자해소 / 정관개정필요'라는 메모가 기록돼 있다. 전경련 경제정책위원회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발언을 기록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에도 수 차례 삼성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만 엘리엇 등 삼성물산 합병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검은 수첩에 담긴 내용들이 삼성과 청와대 사이의 대가성 및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라는 주장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이틀 후 작성된 기록을 앞세워 '대통령이 삼성을 꼼꼼히 챙겼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5년 7월 27일 기록된 안종범 수첩에는 '삼성-엘리엇 대책,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권익, Global Standard ->대책 지속 강구' 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삼성물산 합병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집요하게 챙긴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같은 주장에 변호인단은 '특검의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첩에 기록된 방식이 문장이 아닌 단어들로 나열돼 있어 단정적으로 해석하기 힘들다는 반박이다. 실제 수첩에는 발언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있는 내용이 기록되지 않다. 발언자와 객관적 의미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대다수의 내용이 키워드 중심의 단어로 구성돼 있어 안 전 수석의 진술이 없이는 해석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기록한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 것인지, 차후 별도의 내용을 추가로 기록한 것인지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하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도 증거로 능력이 없다는 항변이다. 안 전 수석이 독대자리에 있었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수첩 내용 중 유리한 부분만 발췌했고, 수첩의 수집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전략이다. 안 전 수석의 증언과 수첩의 신빙성을 흔들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22일 변호인단과 함께 수첩 내용을 열람한 재판부가 메모의 진위 여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첩 전체를 확인한 재판부가 특검의 일방적인 주장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특검의 협의 입증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수첩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아온 변호인단에 힘이 실리는 상황으로 특검에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