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 추석 고속道 유료화 전환… 통행료는 방역비로 활용"통행료, 건설비 원리금 상환 등에 사용제한… 공익기부 근거 약해국토부 "통행료 안 건드려… 걷힌 만큼 방역비를 지출한다는 의미"'만만한' 道公 제살깎기·돌려막기… 걷어도 안 걷어도 벙어리 냉가슴
  • ▲ 고속도로 통행료.ⓒ연합뉴스
    ▲ 고속도로 통행료.ⓒ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이번 추석연휴 통행료를 유료로 전환해 방역비로 쓰겠다는 발상이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건설비용을 갚는 데 쓰라고 법에서 정한 수입금을 멋대로 전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고무줄' 징수와 관련해선 한국도로공사의 경영 독립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입맛에 따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방역 등의 이유로 도공의 주수입원인 통행료를 쌈짓돈처럼 쓰고 있어서다.

    2일 도공에 따르면 올해는 추석을 전후로 9월30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정상 수납한다. 현 정부 들어 도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명절 연휴 기간 중 사흘간 통행료를 걷지 않았다.

    2017년 추석 연휴(10월3~5일)를 시작으로 올해 설 연휴(1월24~26일)까지 도공이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에서 면제된 통행료는 총 2872억원에 달한다.

    올 추석 연휴엔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가 재확산하면서 정부가 방역을 이유로 통행료 징수를 결정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달 16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대책으로 이번 추석에 통행료를 다시 걷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7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추석 교통대책과 관련 "국민이 섭섭하실 텐데 올 추석에는 고속도로 이용료를 받는 쪽으로 할 것"이라며 "도공이 그거(돈) 아끼려고 그러는 건 아니다. 추석 때 이동을 최소화해 코로나19 전파를 막아야겠다. 그게 경제도 활성화하고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길"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달 14일엔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통행료를 면제할 때와 징수할 때 교통량 차이가 16.5%"라며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방역을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므로 양해해달라"고 했다.

  • ▲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일각에선 정부가 도공의 주 수입원인 통행료를 제 주머닛돈처럼 쓰려 한다고 지적한다.

    도공 통행료는 단순한 수입금이 아니다. 통행료는 도공이 회사채 등을 발행해 먼저 건설한 도로·시설물에 대한 투자금을 나중에 갚기 위해 거둬들인다. 용처가 정해진 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에 걷힌 통행료를 방역에 최대한 활용하고 남는 수입금도 공익기부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쓴다는 방침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16일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올 추석 연휴인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사흘간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유료로 전환한다"며 "통행료 수입은 정부나 도공의 수입으로 활용되지 않고 휴게소 방역인력과 물품 지원 등 코로나 대응에 활용한다. 남는 비용도 공익 기부를 통해 코로나 방역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공은 이번 추석에 전국 196개 휴게소에 5명씩 총 1000여명의 방역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 방침은 사실상 통행료를 방역비로 전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료도로법 제23조는 걷혀서 국고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 통행료는 유료도로 신설·개축 비용의 원리금 상환이나 도로의 신설·개축·유지·수선에 필요한 비용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용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정부가 통행료를 걷어 방역비로 충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정부가 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용은 아니라는 태도다. 국토부 도로정책과 관계자는 "통행료는 (법에서 정한 대로) 도로 건설비 원리금 상환에 쓴다"며 "방역에 활용한다는 의미는 걷힌 통행료를 방역비로 돌려쓴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방역비를 지출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도공은 "명절 기간 수납한 통행료 수입을 방역활동에 최대한 활용하고 남는 수입금은 공익기부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기업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해명이 중대본·도공의 설명과는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문제는 국토부 설명대로 통행료를 본래 목적대로 쓸 경우 중대본과 도공이 밝힌 방역비를 국토부가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도공이 다른 데 써야 할 예산을 걷힌 통행료만큼 다이어트해서 공익기부 등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통행료 징수로 적자 부담을 다소나마 덜까 했던 도공으로선 혹 떼려다 붙인 셈이다. 차라리 통행료 감면은 유료도로법 제15조에 근거해 비용의 일부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거나 제16조에 따라 공익적 목적으로 투입된 비용 회수를 위해 통행료 수납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방역비로 공익기부하는 분에 대해선 지원이나 회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공 관계자는 "현재 휴게소·영업소 방역에 쓰는 예산은 유지관리비 항목"이라며 "앞으로 (통행료 징수분에 대한 방역비) 집행예산은 아직 미정이다. 추석 이후에 수입 규모 등이 확정되면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 ▲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정체되는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IC 부근.ⓒ연합뉴스
    ▲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정체되는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IC 부근.ⓒ연합뉴스

    한편 정부의 이번 통행료 유료전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 총리는 통행료를 받으면 교통량이 16.5% 줄어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으로 말미암아 명절에 고속도로로 추가 유입된 차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행료 무료화 이전의 교통량을 기준으로 삼으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견해다. '공짜'라는 거품을 걷어내는 수준에 불과할 거라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