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9%대 하락…5만5800원높은 구주매출 비중·낮은 의무보유 확약 비율 등 발목주요 주가지수 조기 편입도 어려워…패시브 자금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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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첫 대어(大魚)급 기업인 엘지씨엔에스(LG CNS)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첫날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하락 마감했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IPO 시장에 대해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공모주 투자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 CNS는 공모가(6만1900원)보다 9.85% 내린 5만5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개장 직후 0.32% 하락한 6만1700원으로 출발해 장중 5만4900원(-11.31%)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1181만주, 6899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LG CNS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는 흥행했지만,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달 9~15일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총 2059개 기관이 참여해 1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 밴드(5만3700~6만1900원)의 상단인 6만 1900원에 확정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LG CNS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액센츄어 등 밸류에이션이 높은 비교기업(피어그룹)을 제외하고 할인율을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평균(21.9~35.7%) 대비 높인(30.7~39.9%)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1월 21~22일 실시된 공모주 청약은 6조8317만1110주가 신청됐으며 11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문액의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청약 증거금은 총 21조1441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도 LG CNS의 성공적인 상장을 예측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 수요예측을 마친 LG CNS는 공모가 상단으로 공모가가 확정되면서 IPO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서울보증보험 이외에도 롯데글로벌로지스, 디엔솔루션즈 등이 추가로 상장을 추진하는데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 CNS가 비교기업으로 제시한 삼성SDS의 경우 중국 딥시크 사태에 따른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1.96% 급등했다. 하지만, LG CNS는 낮은 의무 보유 확약 비율과 높은 구주매출 부담 등이 흥행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LG CNS의 주식 의무보유 확약 기관 수는 전체(2059곳) 15%인 318곳이다. 이들 중에서도 52곳만이 6개월 의무 보유를 확약했다. 미확약 기관은 1741곳에 달했다. 의무보유 확약이 설정되지 않은 주식은 상장 직후 곧바로 시장에 풀릴 수 있어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LG CNS의 총공모주식 수 1937만7190주 가운데, 절반가량인 968만8595주가 구주매출이다. 통상 구주매출 비중이 높을 경우 IPO 자금이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기존 주주(대주주 또는 초기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LG CNS는 최근 신규 상장 기업 중 상대적으로 높은 구주매출 비중과 상장 직후 유통 주식 수, 대기업 그룹 계열사의 상장 등 올 한해 IPO 시장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거나 잣대가 될 이슈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LG CNS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코스피200 지수, MSCI 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의 조기 편입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코프로머티,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은 주요 주가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주요 주가지수에 편입되면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 자금 유입으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배철교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LG CNS가 코스피200 지수에 조기 편입되기 위해서는 상장 후 15거래일 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내 상위 50위에 안착해야 하며 유동 시가총액이 4조3000억원을 상회해야 한다. 이는 보통주 시가총액의 15조20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로 공모가 대비 253% 이상의 주가수익률을 유지해야 달성할 수 있다.

    또 거래소는 코스피200 지수 정기 변경 내 대형주 특례 편입 요건을 상장 이후 6개월 경과한 종목에만 적용하기로 방법론을 개정했는데, LG CNS의 코스피200 지수 조기 편입이 불발되는 경우 6월 정기 변경이 아닌 12월 정기 변경부터 심사 대상으로 간주된다.

    배 연구원은 “LG CNS가 주요 주가지수로의 조기 편입하기에는 높은 허들이 있다”며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기 편입 요건 역시 정기 변경 편입 요건보다 엄격하다. MSCI 스탠다드(Standard) 지수 조기 편입을 위해서는 시가총액 약 8조3000억원, 유동 시가총액 4조2000억원을 상회해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공모가 대비 큰 폭의 주가 상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공모주에 대한 투심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첫 대어인 LG CNS의 흥행 여부가 향후 IPO 시장의 향방과 투심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됐던 만큼 이번 흥행 실패는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중소형 기업뿐만 아니라 상장 채비에 나섰던 다른 대어급 기업들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만큼 공모주 투자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