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이래 최대 '적자 쓰나미' … 부동산 부실 직격탄 합병해도 부실 탈출 못 해, 자본잠식도 …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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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경제의 버팀목이던 새마을금고가 설립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린 연쇄적인 부실 조짐은 개별 금고를 넘어 지역 금융의 신뢰 기반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전망이다. 합병으로 부실을 덮으려 했지만 적자는 커졌고, 일부 금고에서는 뱅크런 조짐까지 나타났다. 부동산 편중 대출, 관리·감독 부실, 내부통제 실패라는 삼중고 속에서 새마을금고의 근본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전체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준은 아니지만, 지역경제와 서민금융에 미칠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지역 소상공인과 서민의 금융 창구 역할을 해온 새마을금고의 위기를 둘러싼 본질을 짚고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새마을금고가 도미노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새마을금고 전체가 기록한 순손실은 1조7382억원으로 설립 이래 최대 규모 적자다. 전국 1276개 금고 가운데 62%가 손실을 봤고, 총 자산 상위 50개 대형 금고 중 6곳은 이미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특히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여파로 부실 금고가 급증하면서 새마을금고 5곳 중 한 곳이 경영개선 조치 대상에 올랐다.관리·감독 공백과 위험 자산 집중, 내부통제 실패라는 3중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새마을금고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부실 대응책 합병, 첫해부터 적자 속출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1276개 새마을금고 중 287곳(22.5%)이 지난해 경영개선 조치를 받았다. 이는 2년 전(54곳) 대비 다섯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경영개선 조치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금고별 경영 실태를 평가한 뒤 자본 적정성이나 자산 건전성 기준에 미달한 금고에 내리는 구조조정 명령이다.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와 유사하다.이에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2023년 7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이후 부실 금고 구조조정을 위해 금고구조개선본부를 신설하고, 부실 금고와 인근 우량금고 간 합병을 24곳 진행했다.중앙회 측은 "합병 대상 금고 고객의 5000만원 초과 예적금 및 출자금은 원금과 이자 모두 새로운 금고에 100% 이전돼 안전하게 보호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금고 간 합병은 부실을 덮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합병 첫해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데다 일부 금고는 조합원의 출자금까지 잠식하며 연명하고 있다.실제로 대구의 한 금고는 지난해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합병됐지만, 합병 첫해부터 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잠식은 순자산이 자본금을 밑도는 상태를 의미한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조합원들이 납입한 출자금이 자본금에 해당하는데 자본잠식은 조합원 출자금까지 잠식되고 있다는 뜻이다.전례 없는 위기 속 부당‧편법대출, 횡령 등 금융사고까지 터지면서 그동안 쏟아진 합병과 경영개선 조치 등 대책들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잠식과 관련한 명확한 감독기준이 없어, 개별 금고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미흡하다”며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예금자 불안 확산 … 뱅크런 조짐 우려새마을금고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진 2023년보다 지난해 실적이 더 뒷걸음쳤고, 올해도 개선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합병과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예금자 불안은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대구, 경북 등 일부 지역 금고에서는 이미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더라도, 지역사회 기반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특히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금고들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잇달아 터지면서 이에 대한 충당금을 대거 쌓으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연체율도 6.81%로 2023년 말(5.07%) 대비 1.74%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금액 역시 지난해 16조9558억원으로 전년 말(10조4153억원) 대비 6조원 넘게 급증했다.전문가들은 근본 처방 없이는 부실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 우려했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행정안전부는 본질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새마을금고 합병 등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 전문성과 실행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이 상태로 정리나 합병을 추진하면 뱅크런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관련 업무를 이관받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