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에서 '새 먹거리' 노렸지만… 6년 만에 '백기'
  • ▲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이 일본계 대부업체 J트러스트에 인수된다. ⓒ 연합뉴스
    ▲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이 일본계 대부업체 J트러스트에 인수된다. ⓒ 연합뉴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의 계열사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이 일본계 대부업체에 인수된다.

SC금융지주는 자회사인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의 지분 100%를 일본계 대부업체인 J트러스트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의 매각 가액은 총 1510억원(1억48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번 인수는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일본계 금융자본의 한국 내 영역은 더욱 넓어지게 됐다.

◇ SC, 저축銀 뛰어든 지 6년 만에 철수

SC금융은 저축은행 사업에 뛰어든 지 6년 만에 백기를 들고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SC금융이 저축은행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8년 '예아름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예아름저축은행은 경영 부실로 영업정지 된 대운·좋은·홍익저축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 받은 가교저축은행이었다. 

대운·좋은·홍익저축은행은 각각 전남 광양·경기도 성남시 분당·전남 목포에 본점을 두고 영업하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이들 저축은행들은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예금보험공사가 임시로 맡아 관리하는 '가교저축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예아름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았고, SC가 1500억원을 들여 인수하면서 SC저축은행으로 다시 이름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SC금융의 저축은행 경영은 순탄치 않았다. 자산규모와 예대율이 하락하고, 영업력까지 떨어지면서 수익이 악화한 것이다, 

SC캐피탈도 2007년 말 설립 이후 할부금융 등 소매금융을 맡고 있지만, 캐피탈 시장 침체로 손실만 늘었다. 지난해 SC저축은행은 216억원, SC캐피탈은 13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SC는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일본계 자본인 J트러스트에 넘기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계열사가 단 하나만 남게 된 SC금융은 지주사로서의 의미를 잃게 됐다. 지주사 체제 해체가 임박한 것이다.

◇ "한국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자본 영향 커져" 우려

SC와 J트러스트의 이번 매각 합의로 인해 한국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자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J트러스트는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 KJI대부금융, 하이캐피탈대부 등 총 3개의 대부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친애저축은행(구. 솔로몬저축은행)을 통해 제2금융권에도 진출해있다. SC저축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 회사는 두 개의 저축은행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일본계 자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남희 원장은 "높은 금리와 엄격한 채권추심으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늘어날수록 급전이 필요한 서민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연체이자가 발생해도 소비자의 형편을 고려하는 등 융통성 있게 대하는데, 일본계 금융기관의 경우 이런 고려 없이 지나치게 엄격한 추심을 실시한다는 것이 조 원장의 설명이다.

조 원장은 또 "사실상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 대부업체가 2금융권 진출을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계 업체의 진출이 늘어날 경우, 자칫 일본계 금융사만 키워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기에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C저축은행 내부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이진한 SC저축은행 노조위원장은 "과거 일본에서 J트러스트는 대부업을 주력으로 고금리, 강력한 채권추심, 공격적인 M&A로 사업을 키워왔고 이런 와중에 일본 당국과의 마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J트러스트는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보다는 수익을 창출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고, 특히 당국의 방침과 달리 대부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는 등 일본에서와 같이 부도덕한 경영을 하고 있다"며 "얼마 전 친애저축은행이 2013년 금감원 민원평가 결과 5등급 불량 판정을 받은 것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SC저축은행 노조는 "일본계 대부자본인 J트러스트로의 매각을 결사반대 하며, SC금융지주와 SC저축은행에 맞서 강력한 매각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매각이 금융위의 승인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금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SC저축은행 노조의 매각저지투쟁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금융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