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300 금융’ 지수 강세 … 배당·가치주 전반 상승美 고용지표 악화에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 호재 작용“9월 정기국회 내용 시장 기대 부응 시 강세장 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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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에서 금융, 지주사 등 배당·가치주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30분 기준 ‘KRX 300 금융’ 지수는 전장(1448.97)보다 1.82포인트(0.13%) 오른 1450.79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40만주, 15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DB손해보험이 1.31% 상승해 오름폭이 가장 컸으며 ▲삼성화재(0.99%) ▲키움증권(0.97%) ▲동양생명(0.57%) ▲한화투자증권(0.55%) ▲한국금융지주(0.54%) ▲JB금융지주(0.43%)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시간 국내 지주사들의 주가는 평균 0.70% 오름세다. 주요 종목 가운데 CJ가 9.49% 급등했고 ▲DB(8.42%) ▲두산(7.46%) ▲HD현대(3.62%) ▲SK스퀘어(3.55%) ▲LS(3.25%) 등 지주사 전반이 강세장을 연출했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배당·가치주 관련 종목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가치주’는 1.21% 강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삼성액티브자산운용 ‘KoAct 배당성장액티브(0.95%)’ ▲KODEX 밸류Plus(0.93%)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배당성장(0.78%)’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VITA 밸류알파액티브(0.60%)’ 등이 동반 상승 중이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금리인하는 기업 연체율을 낮추고 대출 수요를 늘려 은행주에 중장기적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또 예금 매력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펀드 등으로 이동해 증권주 역시 전형적인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다. 지주사들의 경우 자회사들이 금리인하로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면 투자 여력이 커져 연결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앞서 4일(현지 시각) 미국에서는 고용시장 위축을 시사하는 경기지표가 잇따라 발표됐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24~3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7000건으로 전주보다 8000건 늘면서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민간 고용조사업체 ADP(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가 발표한 8월 민간 고용은 5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6만5000명)에 못 미쳤다.

    이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미 연준이 9월에 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을 99.4%로 반영했다. 이는 일주일 전(86.7%)보다 대폭 상향된 수준이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도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시켰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김현정 의원과 김남근 의원, 조국혁신당의 차규근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현정 의원안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김남근 의원안은 자사주 의무 소각 기한을 1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차규근 의원의 개정안은 소각 기한을 6개월로 했다.

    상장사들은 3차 상법 개정안의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8월 말 기준 올해 자사주 소각액은 약 5619억원으로 지난해 480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자사주 소각 기업도 206곳(유가증권시장 120사·코스닥 시장 86곳)으로 지난해 수치(177곳)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도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관련 내용이 시장 기대에 부응하면 배당·가치주들이 더 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정기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개정안인 자사주 소각 제도화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으며 세법 개정 논의 중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라며 “코스피 주도주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 상법 개정이 새로운 코스피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의 상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라는 점과 하반기 미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지주와 증권 업종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 노동부가 5일 발표할 8월 비농업 부문 고용 보고서가 아직 대기 중인 데다 금리인하가 무조건 호재로 작용하진 않아서다. 은행주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 대출금리가 빠르게 내려가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할 수 있고 지주사는 경기 둔화로 자회사 실적이 악화하면 할인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는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주가가 상승한다는 믿음이 존재하는데, 이는 경기 악화에 앞서 금리인하가 선제적으로 이뤄졌을 때 타당하다”면서 “그러나 경기 부진 이후 금리인하가 후행적으로 이뤄지면 주가가 떨어지는데, 이 같은 시기에는 금리인하가 당장 경기를 올려세우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해 주가가 펀더멘탈을 좇아서 하락한다”고 설명했다.